내 오랜 27년 아반떼 중고차 수출과 폐차

96년식 아반떼를 처분한 과정과 비용 등을 정리한 글입니다. 중고차 수출과 폐차 중에서 선택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7년을 함께했던 탓에 감정 격앙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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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함께 했던 자동차를 정리했다. 처리 과정과 비용 등 정보를 공유할 작정이지만 워낙 오래 쓰던 차라 개인적인 감상이 앞서서 정보는 중반부터가 진짜다.

 나처럼 미련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 겸 참고가 될 수 있는 글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나의 아반떼. 너를 기리는 것이기도 해.

누구나 하나쯤 사치를 부린다

 누구라도 하나씩은 있다고 한다. 그게 쌀 맛이 됐건 신발이 됐건, 뭐 한 가지 유독 좋은 것을 고집하거나 세상 쓸 데 없이 열중하는 무언가를 누구나 갖고 있다는 뜻이다.

 내 차는 96년식 27년 된 아반떼다. 구아방이라고도 하는데 처음 차량 등록 때부터 내가 탔고, 마지막 주인도 나다. 주말에 한 번씩 운전할 일도 없어져서 거의 자리만 지킨 지 몇 년이 지나고 있는데도 처분할 마음이 없었다.

 내가 고집했던 사치 중 하나는 흡연이였고 다른 건 보다시피 서있는 차. 처음 껀 몇 년전 금연하면서 그쳤고, 올해 차량을 처분한다.

 둘 다 산뜻하게 홀로 마음먹고 실행에 옮긴 건 아니다.

자동차 보험 만기가 왔다

 차는 가만히 세워만 놔도 돈이 든다. 지금 나처럼 자동차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백 번 생각해도 불필요한 비용이고, 운행하지 않아서 신경 써야 하는 차량 정비 부담까지 정말 수지 맞지 않는 일상이다.

 계속 서 있는 탓에 배터리 방전이 항상 신경 쓰인다. 좀 소홀하면 방전되서 불러야 했던 다이렉트 출동 서비스, 때마다 날아오는 자동차검사, 여기저기 소소한 문제들, 그런데 수리 하기엔 너무 나이 들어서 갈등이 됐고, 결국 어느새 수리할 부품이 없다고 했다.

 나는 1월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나보다. 올해는 자동차세를 연납하지 않았다. 자동차 보험 만기인 6월을 차량 처분 마지노선으로 삼았다.

하기 싫은 일해야 할 때 이상 증상

 차가 아니라 나의 애착 인형이 된 게 틀림없다. 어느 정도 각오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보험 만기가 코앞인데도 관련 절차를 전혀 알아보고 있지 않았다.

 가슴에 뭔가 뭉친 것 같은 이런 기분은 할 일도 많은데 잘 알지도 못하는 자동차 폐차까지 처리해야 하는 부담감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함께 오래한 존재, 니가 세상에서 사라져? 아찔한 이 기분을 어찌해야 할까.

폐차와 중고차 수출

 폐차는 안되겠다. 차량 폐차 말고 중고차 수출로 방향을 돌려서 수소문하기로 했다.

 사용하던 차량을 처분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 중고차 거래
  • 중고차 수출 거래
  • 폐차

 '중고차 거래'는 흔히 개인 간 거래나, 중고차 딜러에게 판매하는 거래를 말한다. 내 차처럼 20년 넘은 일반 승용차는 해당 사항이 없다.

 '중고차 수출'도 중고 거래이기는 한데 해외 수출용으로 판매되는 거라 내 차도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자동차 폐차'까지 경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보통 그 전에 갈아타니까.

아는 사람이 없어도 괜찮아

 첫째 날, 네이버 블로그와 당근마켓 검색으로 연락처를 얻었다. 동네가 가까우면 좋을 것 같은 막연한 생각에 당근 광고로 전화를 했다. 연결이 안됐고 피드백도 없었다.

 이 후 네이버에서 찾은 연락처로 차량명과 연식을 알려주고 중고차 수출용으로 판매가 가능한지를 물었다. 한 군데는 폐차만 가능하다고 했고, 두 군데서 55 만원, 50 만원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했다.

 매매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지만 폐차 기로에 있던 내 차가 조금 더 뛸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하지만 나중에 깨달았는데 재활용 되는거라 어차피 폐차였다.

중고차 수출 폐차 과정과 방법

 둘째 날, 어제 알아본 업체에 전화해서 판매 의사를 밝혔다. 실은 50만원쪽이 직원수도 많아 보이고 업체가 좀 더 드러나 보여서 가격 네고를 해봤는데 소득이 없었다. 개인정보가 오가는거라 이왕이면 더 큰 업체가 나을 것 같았는데 결과적으로는 55 선택도 괜찮았다.

 거래하기 전에 궁금한 질문을 했다.

 연식이 오래된 차량이라 주행거리와 외관은 가격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어차피 말소되고 폐차될거라 차 상태를 보고 다시 가격 조정 같은 건 없고 한번 정한 가격 그대로 받을 수 있었다. 이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받고 거래를 결정 했다.

👉 문자로 보낸 정보들

  1. 차량번호
  2. 차주 신분증 사본
  3. 차주 계좌번호, 주소

 차량번호와 신분증 사본을 문자로 보냈다. 내 차량 과태료 조회를 위해서고, 이상 없음을 확인받은 후에는 차주 주소와 계좌번호도 보냈다.

 발급 날짜가 가려진 신분증 사본을 보냈는데 내일 말소 절차를 위해서는 날짜가 보이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차주 주소는 따로 보내지 않고 기사님이 차량 인수 받을 주소를 보냈다.

 탁송사 기사님과의 약속 시간은 내일 차량 인수되는 날에 말소등록까지 진행될 수 있게 오전 중으로 정했다.

 이렇게 내일 약속을 잡고 난 후에는 가입중이였던 삼성 다이렉트 보험사에 출동 서비스를 요청했다. 바람 빠진 바퀴 하나를 보관중이던 스페어 타이어로 교체했고, 방전 된 배터리도 충전해서 내일 차량 운행에 이상이 없도록 정비했다.

 이 날 1분기 자동차세도 납부 처리했는데, 내 아반떼의 마지막 자동차세는 67,210 원이였다. 1분기를 꽉 채우지 않고 차량이 말소 된거라 이 중 5,220 원은 한달 쯤 후에 환급됐다.

셋째 날, 아침에 내 신분증 사본을 문자로 다시 보냈고, 보험금 환급이 필요한 경우 차량 전면 사진과 계기판 사진을 촬영하라는 안내를 받고 그대로 했다.

 약속 시간이 되서 기사님이 도착했고 곧 출발한다는데 입금이 아직이라 잠깐 기다리라하고 거래자와 통화했다. 원래 기사님이 도착했다고 전화를 했어야 했는데 그게 안됐다는 설명. 바로 55 만원이 입금됐다. 기사님께 차량 등록증과 차키를 인계했다.

 👉 꼭 입금을 받고 차량을 인도하자.

 기사님께도 궁금한 질문을 하나 드렸다. 만약 도착지까지 가는 중에 신호 위반 등으로 벌칙금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될까? 기사는 차량 운행을 위한 보험을 들고, 교통 위반으로 생긴 금액은 회사가 기사님께 연락해서 책임지게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날 4시경 거래자에게서 '자동차말소등록사실증명서'를 문자로 받았다. 같은 날 등록면허세 15,000 원이 내 이름으로 자동차 등록지 관할구에 납부된 사실도 서울시STAX 앱을 통해 확인했다.

 차량 말소 증서를 받은 후에는 자동차 보험 해지가 가능하다. 설령 같은 날 보험 해지를 못해서 다른 날 신청한데도 말소 등록된 날짜를 기준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거니까 염려할 필요 없다.

 그렇게 오래도록 놓지 못해 붙잡았는데 고작 3일 걸렸다. 마음이 무거워서 그렇지 일 처리는 깔끔했고 달리 신경 쓸 것도 없다. 

알게된 것

 거래자(딜러) 위치 상관없다. 딜러는 폐차장의 중간 영업으로 일하는 경우도 많으니 일단 거래가 가능한지 물어보고 된다면 오케이. 가까운 곳에서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처음에 당근 광고 쪽으로 먼저 연락했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었다는 것. 하지만 차량 운행이 안되서 견인차가 필요할 때는 거리가 중요해 질 수도 있으니 케바케로 참고하는게 좋겠다.

안녕 나의 아반떼

 너를 보냈다. 꼭 계속 달릴 수 있을 것 같고, 아직은 아닌 것 같아서 오래 붙들고 있었네. 가기 전에 울고, 가던 날도 울고, 지금도.

 좋은 친구, 고마웠다. 1996. 06. 27 - 2023. 06. 14